UNKYOUNG
Korea, Painter
외면된 감정의 얼굴들
회화에 나타난 불편한 시선과 위로의 역설
작가님의 예술활동의 시작은 어땠나요?
어렸을 때의 기억이 납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한 친구가 제 옆에서 토끼를 그렸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토끼의 모습은 하얀색인데, 그 친구는 제 생각과는 다르게 노란색으로 토끼의 윤곽선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창의적이라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더라구요. 저도 그 친구처럼 그림을 잘 그렸다고 선생님에게 칭찬받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그림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유치원생이던 저는 엄마와 대중목욕탕을 많이 갔습니다. 그곳에서 보았던 여성의 몸이 아름답다고 느꼈던 어린 저는 집에 와서 여성의 누드를 떠올려 그려보았습니다. 그렇게 그려놓았던 누드화를 한 집에 같이 사시던 저희 친할머니가 보셨고, 어린애가 벌써부터 야한 그림을 그린다고 야단치시고 다시는 이런 그림을 그리지 말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청개구리처럼 자꾸 하지 말라니까 더 하고 싶어서 악착같이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원래 어른들은 저에게 그림 대신 음악을 시키고 싶어했습니다. 그렇게 피아노도 공부해봤습니다만 저는 끝까지 그림이 더 좋았습니다. 결국 엄마께서 그림을 놓지 못하던 저를 화실로 보내주셨고, 다행스럽게 화실의 선생님께 어느정도 재능이 있다는 후한 평가를 받고나서야 최종적으로 어른들의 허락을 받아 그림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습니다.
작가님에게 작가님이 하시는 예술활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잊을 수 없는 힘든 기억들이 자주 떠오를 때가 많은데,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잠시나마 그 생각들을 잊을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면, 평소와 달리 감정과 저를 떼어놓고 객관적으로 그 감정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림속의 얼굴에 눈이나 미묘한 감정을 담은 표정을 그리는 작업이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합니다. 과거의 수많은 안좋은 기억들을 되살리며 그림을 그리다 어느새 저절로 분노하는 감정이 터져 해소될 때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작가님은 롤모델과 콜라보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로렌조 마토티. 모든 구성이 완벽합니다. 대상을 단순화시켜 하나의 조각으로 보이게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움직임이 한눈에 그려지는 디자인도, 심플하지만 디테일한 드로잉도 대단히 완벽합니다. 또한 전체적인 느낌이 신비롭고, 색 구성도 감탄이 나올만큼 절묘합니다. 저도 로렌조 마토티에 영향을 받아 오일파스텔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작 로렌조 마토티가 쓰는 브랜드의 오일파스텔을 사려고 보니 정말 비싸더군요. 돈을 많이 벌면 그 브랜드의 파스텔을 마음 편히 사서 쓰고 싶네요. 콜라보는 유창창 작가님과 같이 하고 싶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아티스트십니다. 학생 때부터 팬이었고, 성인이 되고 작가가 된 지금은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도전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멋진 작업들을 보여주고 계셔서 많은 자극이 됩니다. 언젠가는 꼭 함께 작업하고 전시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작별인사를 부탁합니다.
꾸준히 작업하고, 전시하고, 공모전에 출품하고, 레지던시 지원도 하려합니다. 개인 만화 출간과 외부 만화 연재를 진행하고 싶기도 하구요. 또한 당분간은 만화와 회화를 동시에 바쁘게 작업할 듯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더욱 더 그림과 자주, 그리고 부지런히 마주하고 꾸준히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불쾌한 그림에 본의 아닌 치유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